서론
정보통신기술(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 ICT)의 발달과 함께 청소년들의 성장 환경에서 온라인 및 디지털 영역의 비중은 증가하고 있으며, 코로나 19 이후 그 비중은 더욱 급속히 증가하였다[1]. 이와 같은 시대적 변화를 배경으로 청소년들의 물리적, 신체적 접촉과 같은 사회 활동은 온라인에서의 심리적인 교류로 빠르게 전환되는 현상을 보이며[2], 사이버공간에서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성범죄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3]. 디지털 문화의 특수한 환경에서 기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대면 성범죄들이 디지털 성범죄로 진화하고 새로운 위험 요소로 나타난 것이다[2].
최근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은 사이버 공간에서 일어나는 성범죄 대상자가 성인뿐만 아니라 청소년과 아동도 포함하고 있고, 생산된 성 착취물이 온라인을 통해 다수에게 확산되는 등의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을 보여주었다[4]. 또한 디지털 기기 및 정보통신기술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성 착취물을 생산하고 유포할 수 있어, 디지털 성폭력 피해 규모가 더욱 심각할 수 있다[5]. 우리나라 청소년은 디지털 환경을 가장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집단으로, 2022년 스마트폰 이용 실태조사에서 과의존 비율이 청소년과 아동이 각각 40.1%, 26.7%, 성인 22.8%, 60대 이상은 5.3% 순으로 조사되어 청소년의 비율이 가장 높다[6]. 청소년기는 신체적, 정신적 및 사회적 발달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시기이다. 그러나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청소년들은 온라인 공간에서 낯선 사람과의 만남과 교류에 참여하게 되고, 이와 관련된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7]. 특히,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는 무제한적이며, 반영구적인 특징이 있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관련 범죄를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8].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된 개념으로 온라인 성폭력과 사이버 성폭력, 사이버 성범죄 등이 있다. 2000년대 등장한 ‘온라인 성폭력’은 사이버공간에서 상대방이 원치 않는 언어와 음담패설로 불쾌감 등의 피해를 주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으며, 관련 대상이 언어적 표현으로만 한정되어 있어 처벌에 대한 인식이 미비했다[9]. 그러나 정보통신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불법 촬영물의 비동의 유포, 생산과 소비, 협박 행위로 인한 피해가 반영구적인 양상으로 나타나면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8]. 디지털 성폭력은 최근에 등장한 개념으로 현재까지 학계에서 합의된 공통된 정의가 없고, 개념이 명확하지 않아 ‘사이버 성폭력’ 및 ‘사이버 성범죄’, ‘온라인 성폭력’, ‘디지털 성범죄’ 라는 여러가지 용어가 혼용되어 사용되고 있다[2,9,10]. 특히, 청소년을 대상으로 온라인 공간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새로운 유형의 성폭력을 기존의 범주로 이해하고 대응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 디지털 성폭력과 관련된 연구는 2000년대 이후 개념화되기 시작한 ‘사이버 성폭력’에 관한 연구[11], ‘사이버 성범죄’ 와 ‘디지털 성범죄’의 개념을 정의하고, 관련 범죄 실태조사와 범죄 유형 및 개선 방안에 관한 연구 등이 있다[4,8]. 이후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디지털 매체 이용률이 높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관련 개념과 실태조사에 관한 연구가 이루어졌다[2,12,13].
이처럼 온라인 공간에서 디지털 매체를 이용한 성폭력이 점차 심각해져 가고 있으며, 이로 인해 피해자들이 겪는 고통은 사회적 문제만이 아니라 간호학에서도 접근이 필요한 시급한 문제라 생각된다. 성폭력 피해 청소년은 불안, 우울과 같은 정신건강 악화와 자살시도 등의 심각한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할 수 있어, 청소년 피해경험자의 정신건강에 대한 간호사의 전문적인 사정과 개입이 요구된다[14]. 뿐만 아니라 온라인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현상을 이해하고 이를 설명하거나 예측할 수 있는 이론의 개발도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된다.
따라서 디지털 성폭력이 점차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는 점과 온라인 공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성폭력과 관련된 다양한 용어가 혼용되고 있어 문제해결 과정에서의 의사소통에 제한이 있을 수 있으며, 디지털 성폭력과 관련된 현상의 이해와 지식 및 ∙이론의 개발을 위해 다양한 관점에 따라 다양하게 명명되고 있는 용어의 개념을 명확히 정의할 필요성이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이론적인 정의 규명과 도구개발, 간호진단에 적용이 가능한 Walker와 Avant의 개념분석 방법에 근거하여 청소년의 디지털 성폭력의 개념을 분석하여 속성과 선행요인, 그리고 결과요인을 규명하고 청소년 디지털 성폭력의 개념을 정의하고자 한다[16].
연구방법
1. 연구설계
본 연구는 Walker와 Avant의 개념분석 방법을 적용하여 청소년의 디지털 성폭력에 대한 개념 속성을 파악하고, 선행요인과 결과, 경험적 준거를 파악하기 위한 개념분석 연구이다.
2. 연구대상 및 자료수집 방법
본 연구대상은 청소년의 디지털 성폭력과 관련이 있는 사회학, 심리학, 법학, 교육학, 여성학, 간호학 분야에서 2000년부터 2023년까지 출판된 문헌이다. 본 연구에서 국내 문헌은 RISS와 DBPia, Google scholar가 제공하는 데이터베이스에서 ‘디지털 성폭력’, ‘디지털 성범죄’. ‘온라인 성폭력’, ‘온라인 성범죄’, ‘사이버 성폭력’, ‘사이버 성범죄’ 라는 주제어로 총 1060편이 검색되었다. 국외 문헌은 PubMed, Cochrane Library, Embase가 제공하는 데이터베이스에서 ‘sex offenses’, ‘sexual violence’, ‘sexual crime’, ‘sexual harassment’ 주제어로 검색 후 ‘online’, ‘digital’, ‘cyber’, ‘cyberbullying’을 주제어로 추가 검색하였으며, 총 1,417편이 검색되었다. 이중 중복된 문헌과 전문이 확인되지 않는 문헌, 제목과 초록을 확인하여 개념이 포함되지 않은 문헌은 제외하였으며, 최종 분석에 포함된 문헌은 총 22편으로 구체적인 자료수집 절차는 Figure 1과 같다.
3. 연구자 준비
본 연구의 책임자와 공동연구자들은 개념분석을 위해 박사과정에서 간호이론개발 교과목을 이수하면서 개념개발 전략에 관해 심층 학습하였으며, 특히 개념분석에 관한 다양한 문헌고찰을 통해 Walker와 Avant의 개념분석 방법을 숙지하였다. 또한 본 연구의 교신저자는 다년간 개념분석 방법을 교육하고 지도한 경험이 있으며, 개념분석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4. 자료 분석 방법
청소년의 디지털 성폭력에 대한 개념과 속성을 파악하기 위해 문헌 분석을 수행하였다. 연구자들은 정기적인 만남을 통해 문헌 분석을 위한 토론을 진행하고, 이 과정을 반복 수행하였다. 개념분석을 위해 수집된 문헌의 전문(full text)을 읽고, 각 문헌의 주요 내용을 구조화된 틀에 맞추어 구분하여 정리하였다. 개념의 속성을 발견하기 위해 주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면서 문헌에 제시된 개념 정의와 특성을 파악하고 공통점을 분석하여 최종적인 속성을 도출하였다. 또한 문헌에서 제시하는 개념과 관련된 요인들을 모두 찾아 개념 발생 이전에 선행되는 요인과 결과 요인을 분석하였다. 본 연구에서의 개념분석 절차는 Walker와 Avant의 개념분석 과정을 적용하였으며[16], 구체적인 절차는 다음과 같다.
・ 개념을 선정한다.
・ 개념분석의 목적을 설정한다.
・ 개념의 사용범위를 확인한다.
・ 개념의 속성을 규명한다.
・ 개념의 모델사례를 제시한다.
・ 개념의 추가사례(경계사례, 반대사례)를 제시한다.
・ 개념의 선행요인과 결과를 확인한다.
・ 개념의 경험적 준거를 확인한다
연구결과
1. 청소년의 디지털 성폭력 개념의 사용범위
1) 개념의 사전적 정의
디지털 성폭력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기 위해 한국 표준국어대사전과[17], Oxford Learner’s Dictionaries[18]를 이용하였다. 먼저 ‘디지털’의 정의를 살펴보면 ‘여러 자료를 유한한 자릿수의 숫자로 나타내는 방식’이란 뜻을 가지며, 명사로 아날로그를 연속적 실수가 아닌, 특정한 최소 단위를 갖는 이산적(離散的)인 수치를 이용하여 처리하는 방법으로 정의된다. 성폭력은 한자어로 ‘性暴力’을 나타내며 ‘성적인 행위로 남에게 육체적 손상 및 정신적·심리적 압박을 주는 물리적 강제력’ 이란 뜻을 가지며, 영어로 ‘Sexual Violence’는 동의하지 않은 사람에게 성행위를 강요하는 행위 또는 강제적인 성적 접촉과 관련된 범죄를 의미한다. 디지털 성폭력은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개념으로 한국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이를 신조어로 디지털 기기(휴대폰, 컴퓨터 등)를 이용하여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17]. 따라서, 디지털 성폭력의 사전적 정의는 디지털 기기 및 정보통신기술을 매개로 개인의 성적 자율권을 침해하는 폭력으로, 상대방의 의사에 반(反)하여 이뤄지는 모든 성적 언어와 행동으로 풀이된다.
2) 타 학문에서의 개념사용
사회학에서는 온라인 공간에서 상대적으로 우월한 위치에 있는 가해자가 연령과 경제적, 지적 측면에서 취약한 지위에 있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사회적으로 금지된 성적 학대를 저지르는 행위로 정의한다[19]. 특히, 온라인 공간에서 ‘그루밍’ 형태의 성범죄는 가해자에게 다정한 대화 및 친구 역할을 통해 먼저 호감을 갖게 하고, 심리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형성한 후 성적 가해 행위를 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20]. 이것은 피해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히는 새로운 형태의 성폭력으로 피해자의 낮은 자존감과도 관련이 있다[21].
심리학에서는 디지털 장치를 통해 타인을 해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의도적인 행동으로 정의한다[22]. 또한, 청소년들이 자신의 성적 사진이나 영상을 휴대전화나 인터넷을 통해 주고받는 ‘섹스팅’은 디지털 성폭력의 한 형태로 가해자의 강압에 의해 이루어지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23]. 심리학적 측면에서는 디지털 환경의 특수성으로 ‘익명성’이 보장되므로, 광범위한 대중, 혹은 소비자가 존재하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22]. 디지털 매체의 광범위한 사용으로 주로 학교에서 발생하는 전통적인 괴롭힘에 비해, 학교 밖에서 발생하며 집에서까지 괴롭힘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피해자는 가해자의 잔인함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느끼며, 스트레스와 공포, 우울증과 같은 다양한 정서장애를 경험하며, 약물남용, 자해와 같은 행동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22,24].
법학에서는 통신환경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사이버 성범죄의 개념을 넘어 비동의 촬영과 촬영물의 유포, 성 착취물의 소비와 같은 광범위한 행위를 포함하는 성범죄임을 명시하고 있다[8]. 즉, 법률적 측면에서 디지털 성폭력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공간의 유기적인 관계성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디지털 매체를 활용한 성 착취물의 무제한 복제와 재유포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넘나드는 관계성 뿐만 아니라 다수의 소비자를 포함하는 집단성을 포함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25]. 디지털 성폭력은 고의적인 의도를 포함하며, 디지털 매체를 이용하여 피해자에게 극심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초래하는 성범죄로 인간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범죄 행위로 간주되고 있다[12].
교육학에서는 디지털 기기를 매개로 인간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모든 행위로 정의한다[26]. 특히, 디지털 성폭력은 범죄로 인식하지 못해 관련 행위 신고와, 가해자 처벌을 위한 장벽이 높은 범죄로, 예방을 위한 조기 교육의 필요성과 범죄 신고 방법의 다양화 등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교육적 대응책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27].
여성학에서 디지털 성폭력은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발생하는 다양한 행위들이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이는 여성에게 성적 수치심과 고통을 주는 성적 착취라고 설명한다[28]. 더불어 여성학적 측면에서는 젠더 폭력적인 성격과 범죄성이 존재하는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30]. 또한, 한국 사회에서는 피해자에게 ‘문란한 여성’이라는 사회적인 성적 낙인을 남기는 경우가 빈번하여 디지털 성폭력의 2차 피해 위험성이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28].
3) 간호학에서의 개념사용
간호학에서는 기술과 소셜 미디어를 이용하여 강압을 통해 피해자를 괴롭히는 광범위한 학대행위로 정의하고 있으며, 가해자는 피해자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볼 수 없기 때문에 피해를 평가하기 어렵고, 그 결과 학대 행위가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13]. 한편, 온라인 공간에서 성적 위협과 성희롱 및 스토킹을 경험한 피해자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두려움이 현실에서까지 공포감을 느끼는 정서적 반응이 유발되는 등의 다양한 유형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중복피해를 경험하게 된다[13,32]. 성폭력을 경험한 청소년은 불안 장애와 우울증, 자살시도 등의 심각한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할 수 있어, 청소년 피해경험자의 정신건강에 대한 전문적인 사정과 개입이 요구된다[14]. 간호사는 피해 청소년이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찾아주고, 정신적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적절한 지원과 치료를 제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15]. 청소년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게 되므로 보건교사는 청소년의 디지털 성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의 최초 대응자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디지털 성폭력에 대한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며, 정보 통신 기술의 발달로 디지털 성폭력이 피해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폭력이라는 것을 청소년들이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 간호사의 중요한 역할이 되고 있다[13,31].
2. 청소년의 디지털 성폭력 개념의 속성
본 연구에서 확인된 청소년의 디지털 성폭력은 ‘정보통신 기술과 디지털 콘텐츠를 이용하여 온라인 공간에서 강압과 위협을 통해 상대방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폭력행위’를 의미한다. ‘디지털 그루밍’은 디지털 매체를 이용하여 우월한 위치에 있는 가해자가 취약한 지위에 있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심리적 유대관계를 형성한 뒤 성적 착취를 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20]. 이와 같은 방식으로 디지털 성폭력은 특정 피해자를 대상으로 지속적인 성적 착취를 위해 강요와 협박을 하는 특징이 있으며[7], 이것은 청소년의 지지체계 부족, 낮은 자존감과도 관련이 있다[13,21]. 더불어 온라인의 익명성과 광범위한 청중을 대상으로 폭넓게 행해지는 성적 범죄행위라는 특징이 있다[22]. 디지털 성폭력은 디지털 콘텐츠를 이용하여 생산된 성 착취물의 소비와 재유포를 포함하여, 개인에만 관계되지 않는 집단성을 포괄하는 일방적이고 집단적인 폭력행위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보인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디지털 매체의 특수성으로 생산된 성 착취물의 무제한 복제와 재유포가 가능하며,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고, 특정 기한이 없어[4,28], 피해자는 가해자의 반복적이고 집요한 요구와 협박으로부터 벗어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는 성폭력 피해자에게 ‘문란한 여성’이라는 사회적인 성적 낙인을 남기는 경우가 빈번하여 디지털 성폭력의 2차, 3차 피해의 위험성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상의 주요 내용을 중심으로 문헌고찰을 통해 도출한 잠정적 기준 목록과 속성을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1) 잠정적 기준목록
①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하여 온라인 공간에서 피해자의 성적 게시물을 노출한다.
② 디지털 매체를 이용하여 성적으로 공격하거나 괴롭히는 고의적인 의도를 가진다.
③ 우월한 지위에 있는 가해자가 취약한 위치에 있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심리적 유대관계를 형성한 후 성적 착취를 한다.
④ 온라인 공간에서의 익명성과 광범위한 청중이 존재한다.
⑤ 생산된 성 착취물의 무제한 복제와 유포가 가능하다.
⑥ 피해자에게 ‘문란한 여성’이라는 사회적인 성적 낙인을 남긴다.
⑦ 디지털 매체를 통해 친밀한 관계를 형성한 후 강압과 압력을 통해 성적으로 착취한다.
⑧ 특정 피해자에게 지속적인 성적 착취를 위해 강요와 협박을 가하는 폭력 행위이다.
⑨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다.
⑩ 가해자의 잔인함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느낀다.
2) 속성확인
(1) 반복적이고 집요한 성적착취: ③, ⑦, ⑧
(2) 익명의 대중에 무한 성적 노출: ①, ④
(3) 일방적/집단적 폭력: ②, ④
(4) 벗어날 수 없는 굴레: ④, ⑤, ⑨, ⑩
(5) 영속적인 성적 낙인: ⑤, ⑥
3. 청소년 디지털 성폭력 개념의 사례
1) 모델사례
모델 사례는 분석대상 개념에서 확인된 주요 속성을 모두 포함한 사례로, 이를 통해 개념을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16]. 중학교 1학년 여학생이 게임앱을 통해 알게 된 남성과 채팅을 하였고,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자주 대화를 하게 되었다. 여학생은 남성과 일상적인 대화를 하고, 학교 생활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하며 남성에 대한 내적 친밀감을 느꼈다. 남성은 여학생에게 학교생활에 대한 조언과 격려를 해주고, 자신이 좋아하고 있음을 표현하면서 여학생을 안심시켰다. 시간이 지나 남성은 여학생에게 “너를 너무 보고싶어서 그러니 얼굴 사진과 치마를 입고 찍은 사진을 보내줘” 라고 요구했다. 여학생은 의심없이 자신의 사진을 전송했고, 이후 남성은 여학생의 신체 중요 부위를 찍은 사진과 영상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1). 만약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학교 게시판에 올리겠다” 거나 “부모님에게 보내겠다” 라고 지속적으로 협박을 했다(1). 여학생은 남성의 협박에 수치심을 느꼈고, 자신의 얼굴과 신체부위를 찍은 사진이 친구들에게 공개되어 학교에서 낙인 찍히는 것이 두려웠다(4). 남성은 해당 여학생으로부터 전송받은 사진과 영상들을 텔레그램 비밀대화방에 판매하는 잔인한 범죄 행위를 저질렀다(2,3). 뿐만 아니라, 본인과 직접 만나 성관계를 하고, 영상을 촬영할 것을 요구했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또 다시 지금까지의 영상과 사진을 학교 게시판과 부모님에게 전송하겠다고 지속적으로 협박을 했다(1,4). 이 여학생은 남성에게 자신의 이름, 학교, 학년 등 개인정보를 제공하였기 때문에 자신의 신분이 알려지는 것에 대해 불안해하며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4).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에 판매된 여학생의 성적 사진과 영상은 온라인 공간에서 디지털 매체를 이용하는 다수의 청중에 의해 복제되고 유포되었다(2,3). 곧 여학생의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도 관련 영상과 사진이 공유되기 시작했다. 주변 친구들은 여학생이 신체 부위를 노출한 사진을 찍고 영상을 촬영한 행동에 대해 문란한 학생이라고 놀리며 따돌림 시켰다(5). 그 결과, 여학생은 수치심과 두려움을 느끼고, 학교에도 가지 않으며 집에서 혼자 고립된 생활을 하게되었다.
2) 경계사례
경계사례는 모델사례에서 제시된 개념의 속성 중에 일부만 포함한 사례로 모든 속성을 포함하고 있지 않아 모델사례와 구분된다[16]. 여학생 J는 같은 학교 학생들로부터 집단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 가해 학생들은 여학생의 물건과 용돈을 빼앗고, 외모를 비하하며 놀리기를 일삼았다. 가해 학생들의 괴롭힘은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져 갔고, 이들은 여학생 J에게 신체 중요 부위를 찍은 사진을 보내도록 요구했다. 여학생은 수치심을 느꼈지만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괴롭힘을 당하게 되는 것이 두려워 자신의 신체 부위를 찍은 사진을 전송했다. 가해 학생들은 스마트폰 단체 대화방에서 여학생 J의 신체 사진을 공유하며 즐거워했고, 지속적으로 치마와 속옷을 입은 사진을 찍어 전송하도록 협박했다(1,3). 여학생이 사진을 전송하지 않으면, 지금까지 모든 사진을 학교 게시판에 올리겠다고 협박했다(1). 여학생은 곧 학교의 모든 친구들에게 자신의 신체 사진이 공유되는 것이 두려웠다. 여학생은 보건교사를 찾아가 지금까지 가해 학생들의 괴롭힘에 대해 이야기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보건 교사는 학교 교사 및 관계자와 대책 회의를 열고, 가해학생들의 스마트폰을 압수한 후 단체 대화방에서 공유되고 있던 여학생의 신체 사진을 모두 삭제했다. 집단 괴롭힘을 일삼던 가해 학생들은 학교에서 징계 처벌을 받았으며, 여학생은 자신의 신체 부위를 찍은 사진이 모두 삭제된 것을 확인 후 안심할 수 있었다.
3) 반대사례
반대사례는 확인된 개념의 속성은 포함하지 않고, 규명된 속성과 반대되는 다른 개념에 대해 나타내는 사례로, 이를 통해 분석대상 개념의 속성을 더 명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된다[16]. 중학교 3학년 여학생은 교제중인 또래의 남학생과 평소 학교를 마치고 함께 학원도 다니고 저녁도 먹곤 하였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바쁜 학업 일정으로 만나지 못하는 날이 늘어갔고, SNS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안부를 묻곤 하였다. 어느 날 남학생은 여학생이 보고 싶다며 얼굴 사진을 찍어서 스마트폰으로 전송해줄 것을 요구했다. 남학생은 여자친구에게 보고싶을 때만 혼자 볼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남학생은 여학생으로부터 전송받은 자신을 그 여학생이 보고 싶을 때 혼자 보면서 학업에 열중하였다.
4. 청소년 디지털 성폭력의 선행요인, 결과요인, 경험적 준거확인
1) 선행요인
선행요인은 개념이 발생하기 전에 선행하여 일어나는 부수적인 조건이나 사건들을 의미하며, 개념의 선행요인을 결정하면 개념의 속성을 명확히 분석하는데 도움이 된다[16].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청소년들의 디지털 매체 활용과 온라인 공간에서의 활동영역은 확대되고 있다[1]. 디지털 성폭력 가해자는 청소년을 피해자로 만들기 위한 전략으로 온라인 공간에서 다정한 대화를 통한 친구 역할 및 사랑 표현으로 친밀한 관계를 발전시키는 ‘그루밍’ 과정을 통해 성적 권유와 성 범죄를 저지른다[19,25]. 또한, 청소년을 유인하여 길들이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낮은 자존감과도 관련이 있음이 확인되었다[21,22]. 이와 같은 과정을 토대로 친숙한 디지털 매체, 낮은 자존감, 디지털 그루밍이 디지털 성폭력의 선행요인임을 알 수 있다. 한편, 청소년들은 미성숙한 사고로 무엇이 성적 학대인지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성인보다 부족할 수 있으며, 성폭력 피해 청소년의 특성으로 부모 부재 및 가족의 부재가 관련이 있었다[13,22]. 이것은 청소년의 지지체계 부족이 디지털 성폭력의 선행요인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결과를 기반으로 본 연구에서 확인한 청소년 디지털 성폭력의 선행요인은 친숙한 디지털 매체, 낮은 자존감, 디지털 그루밍, 지지체계 부족으로 확인하였다.
2) 결과요인
결과요인은 개념의 발생 결과로 나타나는 조건이나 사건을 의미한다[16]. 디지털 성폭력의 피해 청소년은 가해자의 잔인함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느끼며 불안과 두려움, 우울증과 같은 정서적 문제를 경험한다[7]. 또한 약물남용 및 자해, 자살시도와 같은 위험행동이 초래될 수 있다[22,24]. 디지털 성폭력은 생산된 성 착취물의 무한 복제와 유포, 재생산을 포함하는 성적 범죄 행위로 이를 소비하는 광범위한 청중이 존재한다[22,25]. 이것은 피해자들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성적 낙인이 가해지는 두려움으로 대인을 기피하고, 불안감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8,25,28]. 이와 같은 결과를 기반으로 본 연구에서 도출한 청소년의 디지털 성폭력의 결과 요인은 정서장애, 행동장애(약물남용, 자살 충동 등), 사회적 고립, 대인기피와 일상의 와해로 나타났다(Figure 2).
3) 개념의 경험적 준거 확인
개념분석의 마지막 단계인 경험적 준거는 중요한 속성에 대한 경험적 대상을 실제 세계에서 찾아보는 것으로, 실제 현상에서의 구분이나 범주를 확인하는 단계이다[16]. 본 연구를 통하여 확인된 청소년의 디지털 성폭력 개념을 활용한 측정도구는 확인되지 않았다.
4) 청소년 디지털 성폭력의 정의
청소년의 디지털 성폭력은 ‘정보통신 기술과 디지털 매체를 이용한 반복적이고 집요한 성적 착취 행위로, 익명의 대중에게 무한 성적 노출을 가능하게 하는 일방적이고 집단적인 폭력행위이며, 피해자에게 벗어날 수 없는 굴레와 영속적인 성적 낙인을 가하는 행위’라고 정의 내릴 수 있다.
논의
디지털 성폭력은 최근에 등장한 개념으로 현재까지 학계에서 합의된 공통된 정의가 없고, 다양한 용어가 혼용되고 있다. 특히, 청소년을 대상으로 온라인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새로운 유형의 성폭력을 기존의 범주로 이해하고 대응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 이에 본 연구는 청소년의 디지털 성폭력에 대한 명확한 개념 정의를 도출하고자 시도되었다.
본 연구를 통해 도출된 청소년의 디지털 성폭력 속성은 반복적이고 집요한 성적 착취, 익명의 대중에 무한 노출, 일방적/집단적 폭력, 벗어날 수 없는 굴레, 영속적인 성적 낙인으로 확인되었다. 첫 번째 속성은 ‘반복적이고 집요한 성적 착취’이다. 과거에는 불법촬영물의 피해자가 불특정 다수였다면, 최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폭력은 친밀한 관계 형성을 통해 피해자가 특정되고, 특정 피해자에게 지속적인 성적 착취를 위해 강요와 협박을 가하는 폭력 행위임을 포함하는 개념이다[8]. 온라인 공간에서 청소년에게 호감을 표현하고, 심리적 유대관계를 형성한 후 성범죄를 저지르는 방식의 ‘디지털 그루밍’은 청소년들을 피해자로 만들기 위한 전략으로, 반복적이고 집요한 성적 착취행위를 가능하게 한다[8,17]. 이로 인해 청소년은 자신이 피해자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인지하더라도 저항이나 중단에 대한 요구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23]. 이를 토대로 간호사는 성인에 비해 성 범죄 인식이 부족한 청소년들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디지털 성폭력의 속성을 이해하고, 관련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임을 시사한다.
두 번째 속성인 ‘익명의 대중에 무한 성적 노출’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디지털 매체의 특수성으로, 생산된 성 착취물의 무제한 복제와 유포가 가능함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디지털 성폭력의 피해 청소년은 불안과 두려움을 경험하고, 약물남용 및 자살충동과 같은 행동장애를 유발할 위험성이 있어 그 피해 정도가 심각함을 알 수 있다[20]. 따라서, 디지털 성폭력의 실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생산된 성 착취물이 신속히 삭제될 수 있도록 피해자 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세번째 속성은 ‘일방적/집단적 폭력’이다. 디지털 성폭력은 한 명의 피해자에 대한 익명의 무수한 가해자가 존재하는 특성이 있다[20]. 피해자 성 착취물의 수요가 복제와 유포, 소비 산업으로 이어지는 구조는 가해자 한 개인에게만 국한되지 않는 집단성을 포함한 개념이다[23]. 국내 디지털 성범죄 관련 법은 불법 촬영물을 구매하는 소비자 역시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특히 아동 청소년의 성 착취물은 소지만으로도 처벌 대상에 해당된다[4]. 이를 토대로 청소년의 디지털 성폭력 예방을 위해서는 재유포와 소비 행위가 디지털 성폭력의 가해 행위임을 이해하도록 하는 교육과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 마련이 중요함을 시시한다.
네번째 속성은 ‘벗어날 수 없는 굴레’이다. 디지털 성폭력 피해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공간의 제약이 없고, 시간적으로 특정 기한이 없어 피해 규모와 정도가 심각할 수 있다[4,26]. 더불어, 가해자와 피해자 당사자 간의 개인 문제를 넘어 이를 목격하는 주변 인물들의 역동적인 과정으로 인해 2차 가해와 2차 피해가 발생하며, 이는 연속적인 ‘n차’로 이어지는 의미를 포함한다[24]. 피해자는 가해자의 잔인함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느끼며, 분노와 공포, 우울감을 경험하고, 자해, 자살충동 등 신체적 건강 및 정신적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7]. 이것은 피해 청소년이 겪는 고통이 사회적 문제를 넘어 간호학에서도 접근이 필요한 시급한 문제임을 의미한다. 더불어 피해 청소년들이 안심하고 접근 가능한 심리지원센터와 같은 제도적 지지 체계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도출된 속성은 ‘영속적인 성적 낙인’으로 디지털 성범죄는 영구적인 삭제가 어려우며, 피해자에게 ‘문란한 여성’이라는 사회적인 성적 낙인을 남기는 경우가 빈번하여[26], 디지털 성폭력의 2차 피해 위험성을 포함한 개념이다. 이에 따라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뿐만 아니라, 피해 청소년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홍보활동과 교육 과정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개념분석을 통해 도출된 선행요인으로는 친숙한 디지털 매체, 낮은 자존감, 디지털 그루밍, 지지체계 부족으로 도출되었다. 이를 토대로 간호사는 가해자가 청소년을 피해자로 만들기 위한 과정과 전략을 이해하고, 청소년의 디지털 성폭력 예방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제공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에서 도출한 청소년 디지털 성폭력의 결과 요인은 정서장애, 행동장애(약물남용, 자살충동 등), 사회적 고립과 대인기피, 일상의 와해가 확인되었다. 간호사는 디지털 성폭력이 피해 청소년에게 불안과 두려움, 우울과 같은 심리적 피해와 자해, 자살 충동과 같은 행동장애를 초래할 수 있음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토대로 피해 청소년의 정신건강을 사정하고, 필요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적절한 지원과 치료를 제공하는 등의 간호사 역할을 확장시킬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학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는 청소년 디지털 성폭력의 최초 대응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상과 같이 본 연구를 통해 디지털 성폭력 개념의 속성을 명료화 함으로써 디지털 성폭력 현상에 대한 이해를 확장하고 간호현장에서의 실제적인 문제해결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디지털 성폭력 개념의 개발은 디지털 성폭력을 설명할 수 있는 다양한 차원의 진술개발(statement development)이나 이론개발(theory development)을 확산하는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
본 연구는 Walker와 Avant의 방법을 이용하여 청소년 디지털 성폭력의 개념을 정의하고 속성을 명확히 분석하고자 시도된 개념분석 연구이다. 본 연구에서 분석된 속성을 기반으로 청소년의 디지털 성폭력을 ‘정보통신 기술과 디지털 매체를 이용한 반복적이고 집요한 성적 착취 행위로, 익명의 대중에게 무한 성적 노출을 가능하게 하는 일방적이고 집단적인 폭력행위이며, 피해자에게 벗어날 수 없는 굴레와 영속적인 성적 낙인을 가하는 행위’ 라고 정의하였다. 청소년의 디지털 성폭력 개념을 명확히 하는 것은 간호사가 피해 청소년에 대한 전문적인 사정과 개입, 적절한 지원과 치료를 제공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게 한다. 더불어, 보건교사가 피해 청소년들에게 최초 대응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한다. 이에 본 연구에서 도출된 개념정의를 기초로 관련된 지식의 개발이나 문제해결 과정에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청소년의 디지털 성폭력 예방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개념 측정 도구 개발 연구를 제언한다.